[사회기획] 그만 먹어! 문어발 체인점으로 몸뚱이 불리는 다국적 기업
그늘에 가려진 양극화와 노동권, 어디서 찾아야 하나?
편집자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전쟁처럼 산다는 말도 과언이 아닙니다. 풍선처럼 부풀어진 사회는 한쪽에 멍이 들어도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멍은 얼마나 깊어졌으며, 멍에에 짖눌려 살아온 이들의 세상은 어떠할까요?
오늘날 우리가 당연시 바라봤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TV를 틀면 나오는 대기업 광고, 우리 손에 들린 테이크아웃 커피, 개근상까지 받아가며 다녔던 학교. 거대한 사회 틀 속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을 벗어나 좀 더 자유롭고 자율적인 세상을 살기 위한 다른 한편에서의 움직임을 조명해보고 싶었습니다. 사회가 둘러놓은 울타리를 떠나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 그러한 노력 말입니다. 함께 잘 살기 위한 작은 시발점. 그 시발점에 관심을 두는 자체만으로 우리 사회의 멍이 조금씩 치유되지는 않을런지요. 그렇기에 이런 ‘아나키즘’적인 시선을 가지고 사회문제와 그에 반하는 운동에 대해 4회 연재하려고 합니다.
① 다국적 기업 ② 대안학교 ③ 강요받는 애국심 ④ 페미니즘
그만 먹어! 문어발 체인점으로 몸뚱이 불리는 다국적 기업
그늘에 가려진 양극화와 노동권, 어디서 찾아야 하나?
“날마다 우리 코카콜라 가족은 오늘도 전세계 56억 인구 모두가 목이 마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잠에서 깨어납니다.…이 56억 명이 코카콜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든다면,… 그러면 우리는 미래에도 성공을 보장 받는 겁니다. 그 밖의 선택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다국적 기업은 해가 지지 않는다
거리로 나가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그것은 언제나 예외가 없다. 쉴 새 없이 마주치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Ipod mp3를 귀에 꽂으며 거리를 활보하는 학생. 세븐일레븐의 말보로 담배와 코카콜라.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그것들은 우리나라에만 판매되는 것이 아닌 전세계 시장을 가지고 있는 제품들이다. 오늘날 더 이상 다국적 기업이 아닌 기업이 없다. 다국적 기업은 둘 이상의 나라에서 생산활동을 목적으로 해외 자회사를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기업을 가리킨다. 기술이전, 관리 서비스 제공, 판매협정 등 다양한 형태로 다른 나라와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다국적 기업의 활동 범위는 훨씬 커지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가 발간하는 <세계투자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6만 4천 개의 다국적 기업이 87만개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은 뉴욕 중심가에서 출발해 아마존의 밀림까지 이윤이 생기는 곳이라면 어디든 파고 들고 있다. 더 이상 독일 맥주집의 버드와이저, 이란 여성의 빅맥 햄버거, 심지어 부시맨의 콜라병도 결코 낯선 조합이 아니다.
무엇이든 다 삼켜 버리는 보이지 않는 괴물
세계 곳곳 뿌리를 내리고 있는 다국적 기업은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저임금 미숙련 노동력을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나라에 공장을 짓거나 외국 기업과 협력을 맺어 외국 노동력을 활용한다. 매스컴을 통해 드러난 스타벅스 커피 뒤에 감춰진 커피재배 농가들의 실태는 이와 같은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나이키 공장이 있는 중국 교주시에는 2만5천명의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 나이키 운동화를 바느질 하고 있다. 공장 측은 쓸모가 없어졌거나, 쉽게 일에 지친다는 이유로 25세 이상의 노동자는 고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주당 6일, 하루 11~12시간 이상씩 근무하면서 하루 일당으로 3달러 내지를 받고있다. 또한 노조를 결성하려는 시도를 할 경우 대량해고와 체포, 재판없이 감옥에 가게 되기에 노동권을 보장받으려는 어떠한 노력도 노동자에게는 힘겨운 싸움이 될 뿐이다.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상임활동가는 “이득을 보는 몇 나라와 노동력을 제공하는 나라 사이에 서열화가 생기면서 노동은 더 이상 노동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채 그야말로 노예 노동이 된다”며 이는 자신의 전통적 생활방식을 포기하게 만들고 비싼 임금을 찾아 이주노동자가 되는 길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들 역시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불어나는 크기에 따라 기업의 윤리 수준은 미미하다. 나현필 상임활동가는 “다른 나라는 노조 활동 등을 합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제 인권기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편”이라며 기업의 인식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전했다.
보이콧에서부터 감시운동까지
다국적 기업은 세계화 추세와 맞물려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속에서 다국적 기업이 낳는 폐해들을 막기 위해 노동자, 농민, 환경 운동 등 다양한 형태로 반 다국적기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민주연대는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에는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들의 아동노동을 착취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또한 시민 캠페인을 조직해 다국적 기업의 노동탄압 중지와 개선을 위한 운동을 해 왔다. 그 밖에 시민들이 참가 할 수 있는 활동에는 ‘맥도날드 조사모임’, ‘기업감시준비모임’ 등 학습 모임 참여와 소식지, 보고서, 뉴스레터 등 발간에 참여 할 수 있다. 한편, 인터넷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아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다국적 기업 제품 보이콧을 진행하기도 한다.
나이키 운동화를 만들고도 나이키 운동화를 신지 못하고, 커피를 재배하고도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없는 사람들. 다국적 기업이라는 대규모 자본 앞에 그을려진 제3세계 노동자들. 그늘진 그들을 한번 뒤돌아보며 우리나라의 다국적 기업이 해외로 파견돼 벌어질 수 있는 문제 등을 지적하고 감시하는 운동은 커다란 세계화라는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 아닌 빠른 시류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함께 공유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양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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