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극장가, 장기침체에 머물러
영화 업계의 현실적인 대안 모색으로 관객 유입해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침체했던 문화계가 회복세를 보이는데도 극장가는 계속해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반해 OTT 플랫폼 시장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영화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에도 극장가 장기침체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극장가 장기침체로
텅 비어버린 영화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영화 관객 수는 연일 바닥을 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 7월 한 달간 영화관 방문객 수는 약 2,200만 명으로 영화관은 사람들로 붐볐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관객 수는 동월 대비 2020년에는 562만 명, 영화 상영 횟수는 441만 회로 급격하게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좌석점유율의 하락으로 2020년에는 8.6%, 2021년에도 8.5%에 그쳤다. 팬데믹 이전 한국 영화계의 시장 규모는 세계 4위권이었지만 이후 8위권으로 하락했다.
팬데믹이 지난 지금까지도 극장가의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2022년 전체 누적 관객 수는 1억 1,280만 명으로 전년도 대비 절반인 49.8%에 그쳤다.
최근 극장가는 관객들을 유입하기 위해 영화 상영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진행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CGV는 국내 최초로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 피겨 스케이팅 선수 ‘하뉴 유즈루’의 아이스쇼를 영화관에서 중계했다. 메가박스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고’, 메가박스에서 ‘놀며’ 경험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의미인 ‘MEET, PLAY, SHARE’로 새로운 브랜드 로고를 내세우며, 변화를 맞이할 준비에 나섰다. 롯데시네마 또한 새로운 비전으로 콘텐츠 경험 공간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아 ‘Innovating Contents Experience, LOTTE CINEMA’를 선포했다. 이와 같은 영화관의 시도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극장을 떠난 관객들은 OTT, VOD 등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국내 OTT 플랫폼 사용자는 3천만 명을 넘어섰다. OTT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에 비해 영화계는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호서대학교 문화영상학부 진승현 교수(이하 진 교수)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부상하면서 관객들은 집에서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며 “이로 인해 경쟁력을 잃은 극장가는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고, 콘텐츠 경쟁으로 인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침체 형상이 나
타난다”고 전했다.
저조한 수익으로
장기침체 구조 이어져
극장가 장기침체는 한국 영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해 제작하기 때문에 주제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제작을 마친 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개봉하는 것이 좋다. 극장가 침체가 이어짐에 따라 영화 제작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1947 보스톤 △범죄도시2 등 제때 개봉하지 못하는 영화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 영화는 영화발전기금과 같이 개봉 수익 중 일부를 새로운 영화 제작에 투자하는 순환 체계로 이뤄져 있어 미개봉 영화가 늘어나는 것은 영화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영화발전기금은 영화예술의 질적 향상과 영화·비디오물 산업의 진흥 및 발전을 위해 설치한 기금을 뜻한다. 영화 관람료 중 3%는 영화발전기금으로 쓰이는데,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줄어 수익이 감소하면서 영화발전기금 조성액도 줄어들고 있다. 이전보다 투자 받는 금액이 줄어든 영화 배급사 중 일부는 영화관 단독 개봉을 포기하고 현재 상승세인 OTT 시장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수요 반영 못한
영화관의 해답
코로나19가 극장가 장기침체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극장가 장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영화관은 줄어든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도입한 ‘상영관 자율입장제’는 상영관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검표 단계를 생략해 관람객이 직접 좌석을 찾아 앉도록 하는 제도다.
상영관 자율입장제 도입으로 영화관의 현장 인력이 급격히 감소하며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6월 말부터는 △강남 메가박스 △청담CGV 등을 포함한 주요 영화관에서 몇 차례 화재가 발생했다. 청담 CGV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현장에서 대피한 관객 A씨는 “영화관이 대피 요령을 제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장 직원의
대피 안내 또한 없었다”고 증언했다. 옥상의 실외기 과열로 화재가 발생했으나 관객을 대피시킨 건 극장 관계자가 아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었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관람료를 환불받으며 일단락됐으나 인력 감축 문제로 영화관의 내부 상황 통제가 원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영화관 내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표출되고 있으나 개선의 여지가 없어 영화관의 이미지는 추락하고 있다.
비싼 영화표 값으로 인해 더 이상 영화는 대중을 위한 문화가 아니라는 반응도 있다. CGV, 롯데시네마 등 국내 주요 영화관은 팬데믹을 겪는 동안 총 세 차례에 걸쳐 관람료를 인상했다. 당시에는 영화관을 방문하는 관객이 적어 관람료 인상을 체감하는 것이 어려웠으나 코로나19 종식 이후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인상된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평균적으로 성인 2D 일반 영화 기준 관람료는 1만 4~5,000원에 책정된다. 영화진흥위원회 박기용 위원장(이하 박 위원장)은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인상한 영화 관람료가 관객의 방문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극장 업계와 OTT 시장의
새로운 조화 이뤄내야
극장계와 영화 시장의 침체기를 극복하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OTT를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는 자체 제작 영화를 영화관에서 상영해야 한다. 박 위원장은 “국내 극장계는 OTT에 비해 관객을 극장으로 유입시킬 만큼 신선한 작품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큰 스크린과 음향효과와 같이 영화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의 장점을 살려 대중들이 선호하는 OTT 자체 제작 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영화산업 체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박 위원장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은 예전처럼 필수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며 “앞으로는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영화와 보지 않아도 될 영화로 점점 나뉠 것이다”고 전했다. 진 교수는 “한국 영화계는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다루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폭넓은 시각에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며 “젊은 감독과 작가 및 배우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극장가와 영화계는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좌석점유율: 배정 좌석 수/총 좌석 수×100으로, 좌석 배정 정도를 나타낸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