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갑질이 물같이 흐르는 나라
[사설] 갑질이 물같이 흐르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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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0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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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가 어지럽고 어수선하다. 두 번의 대통령 사과에도 분노한 민심은 가라앉을 줄 모른다. 과유불급을 넘어 사사로움이 천심을 거슬렀다. 작금의 최순실 사태는 융통성이 헌법과 법률, 불문율과 상식을 덮어버렸다. 더군다나 국가의 기강을 세우는 최고의 정점에서부터 무너졌으니 그 밑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황망하기 그지없는 이때에 우리 사회의 갑질이 눈에 들어온다. 백화점 주차장에서 주차요원을 무릎 꿇게 한 모녀 사건, 대한항공 조 부사장의 막말, 대를 이은 재벌들의 각종 갑질 사건들. 작년 초 한국언론재단이 실시한 설문에서 95%가 ‘우리나라는 갑질공화국’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도 말했고 갑을로 명시된 계약서도 바꿔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헛발질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갑질은 저 높은 곳에서부터 물 흐르듯 흘러내려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청와대 주인의 온갖 갑질은 수석비서관들과 장차관들의 갑질로 이어진다. 협박과 편법이 동원되고 은밀한 거래로 연결시키려는 술수가 난무한다. 그렇게 공무원을 에두르고 마사지하면서 갑질은 삽시간에 우리 사회 전역으로 펴져나간다. 문제는 그렇게 당했던, 또 눈감았던 공무원들이 다른 곳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눈을 시퍼렇게 뜨고 갑질을 시작한다. 예산당국에게 신규 사업은 씨알도 안 먹히는 이야기요, 기존 사업도 몇 시간씩 읊조려야 하는데,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 방식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예산당국은 모두가 OK를 날리고 있으니 갑질 중의 갑질이다.

  그렇게 예산당국에 설설 기면서 사업 예산을 확보해놓은 부처들은 이제 그 예산을 누구에게 줄지 배운 갑질을 써먹는다. 굽실대며 사업권을 딴 일부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을 후려치고 보너스 잔치를 한다. 공사장 함바집 운영도, 아파트 벽 페인트칠 사업도 그들만의 자그마한 세계에서의 갑질 잔치에 너무나 익숙하다.

  이러한 갑질에 국가는 더 이상 가난한 자, 힘없는 자의 편이 아니다. 가진 자의 갑질을 정당화하고 희석시키며 때로는 과감하게 있던 것도 지워버린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당시에는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국민들의 짧은 기억력에 대한 기대를 놓치지 않는다. 나 스스로를 지키기 어려운 사람들이 서럽고 억울한 마음에 울분이라도 토하면 바로 정신질환 병력이든 증세에 초점을 맞춘다. 맞은 것이 서럽고 힘들어서 주먹이라도 불끈 쥐면 협박죄로, 북한을 이롭게 한 죄로 감옥에 처넣을 기세다.

  정말 갑질이 물처럼 흐르는 이 나라가 부끄럽다. 그래도 이제는 추상 같은 명령과 서슬 퍼런 기세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이 땅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아무리 충정어린 선비라 할지라도 왕의 명령을 거역하기가 그리 쉬운가.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보직자들이 아무리 잘 보필한다해도 총장의 심기를 거스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함부로 나서서도, 리더를 함부로 옹립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우리가 믿을 마지막 보루는 민심이다. 깨어있는 민심만이 우리의 안위가 된다. 크고 작은 모임과 조직에서 우리 곁에 또 다른 최순실이 있지 않은지, 리더가 초심을 잃지 않는지 다시 한번 우리 곁을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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