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기 위해 많은 대학들이 프라임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약 150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회수요 선도대학(대형)’ 유형에는 건국대, 숙명여대를 포함한 9개교가 선정됐으며 약 50억 원의 지원을 받는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 유형에는 성신여대, 이화여대, 경북대 등을 포함한 12개교가 선정됐다. 대형유형의 대학들의 경우 입학정원 대비 평균 13.7%를 다른 계열로 이동시켰고 소형 유형의 경우 입학정원 대비 평균 8.1%를 다른 계열로 이동시켰다. 결과적으로 총 5,351명의 입학정원이 기존 계열에서 다른 계열로 이동됐고 그 중 인문사회 분야, 자연과학 분야, 예체능 분야에서 공학 분야로 이동한 정원은 총 4,856명이다.
이와 같은 다소 무리한 구조조정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바로 대학생들이다. 대학생들은 자신이 전공하던 학과가 아예 사라져 진로에 혼란을 겪게 됐다. 또한 각 학과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학과가 통합돼 대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학생들은 각 학과의 특성을 존중하지 않고 대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대학 측에 시위를 벌이며 프라임 사업을 반대하기도 했다. 이화여대의 경우 각 단과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이화의 명복을 빕니다’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 20여 개를 학교 정문에 배치하며 대학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발했다.
공학 계열을 제외한 인문사회, 자연과학, 예체능 계열의 정원이 크게 감소하면서 기존에도 취업난과 인력 초과공급 문제에 시달리던 학과들이 위축될 위험성 역시 더욱 커졌다. 공학 분야로의 정원 이동이 공학 인재 양성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학이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단기간 내에 여러 과를 엮어 구조조정을 강행했기 때문에 겉으로만 그럴 듯하게 포장됐을 수도 있다. 덧붙여 공학 인재를 양성한다고 해서 실제 사회 수요에 맞출 수 있는지 역시 미지수이다. 공학 계열에서도 정원이 몰린 학과는 오히려 인력 초과공급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났더니 우리 학과가 사라졌어요’라는 말이 이제는 현실이 돼버렸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구조조정은 어쩌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전에 구조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대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 또한 취업난, 인력 초과공급 문제를 대학생들에게만 짊어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정부나 기업에서 대학생들의 취업과 진로를 장려해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시대는 바뀌고 또 바뀐다. 그렇다고 사회가 변화할 때마다 정부가 대학에 개입해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드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일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선 더 이상 대학생들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 사회가 원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마는 대학생들의 현실에 대해 우리사회 구성원 전체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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