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학술]클라인펠터증후군을 아시나요?
[영화로 보는 학술]클라인펠터증후군을 아시나요?
  • 안세영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5.06.01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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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영화 <XXY (2007)> 
  알렉스는 클라인펠터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성형외과 의사 가족이 알렉스가 사는 바닷가 마을로 찾아오면서 알렉스는 남성과 여성 중 한 가지 성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과정에서 알렉스는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하고 주변 인물들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알렉스의 아버지만큼은 알렉스를 존중해주며 한 가지 성을 선택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알렉스가 앓고 있는 클라인펠터증후군은 어떤 병일까?


 

 

  작년 연말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현직 여경이 생후 한 달된 아들과 동반 자살한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애지중지로 낳은 아이가 ‘클라인펠터증후군(Klinefelter’s syndrome)’이라는 판정을 받자, 엄마가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젖먹이와 함께 목숨을 끊은 것이다.

  클라인펠터증후군의 최초 보고
  1942년, 이제 막 30살이 된 젊은 클라인펠터 박사는 올브라이트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매사추세츠 병원에서 근무한다. 그러던 중 ‘조지 블랜드(George Bland)’라는 한 흑인 소년을 만난다. 조지는 겉모습은 남자였지만 젖가슴이 여자처럼 부풀어 있었고, 고환의 크기가 1-1.5㎝에 불과할 정도로 또래 사내아이들에 비해 매우 작았다. 의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이상한 병을 앓는 조지를 예의 주시하던 클라인펠터는 이후 조지와 같은 증상인 환자 8명을 더 진료하게 된다. 이후 조지는 이들 9명의 사례를 정리해 <여성형 유방, 라이디히세포(고환의 간질에 존재하는 테스토스테론 분비 세포)의 결핍 없는 정자 무형성증, 난포자극호르몬의 과다분비가 특징인 증후군>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이로써 클라인펠터증후군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염색체 이상에 의한 질병
  클라인펠터는 9명의 환자에 대해 “이들은 공통적으로 키가 큰 편이고, 고환의 크기가 작지만 외양상 정상적인 2차 성징(性徵)이 발현되면서 성관계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에스트로젠의 분비를 촉진하는 난포자극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생검(biopsy) 결과 고환 조직이 위축돼 정자 형성이 어렵다”고 기술하면서 내분비적 원인에 의한 이상으로 의심했다. 이후 1959년 제이콥스와 스트롱이 스코틀랜드의 웨스턴 종합병원에서 클라인펠터증후군으로 여겨지는 24세 남성의 염색체 핵형(karyotype)을 관찰한 결과 X염색체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했다. 즉, 클라인펠터증후군이 보통의 남성들보다 X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47,XXY임을 밝혀낸 것이다.

  클라인펠터증후군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사람의 세포핵 안에는 각 개인의 유전정보가 담긴 22쌍의 상염색체와 1쌍의 성염색체가 들어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염색체 수에 이상이 초래되는 때도 있다. 보통의 남성(46,XY)에 X염색체가 하나 이상 추가돼 발생하는 질병이 클라인펠터증후군이다. 원인은 간단하다. 정자와 난자가 생기는 과정에서 성염색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난자가 2개 이상의 X염색체를 지니거나 정자가 X와 Y염색체를 모두 지니기 때문이다. 생식세포의 감수분열 시 성염색체의 비분리현상에 의해 잉여의 X염색체를 지닌 남성이 태어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물론 실제로도 48,XXXY, 49,XXXXY, 48,XXYY, 49,XXXYY의 핵형인 경우도 있지만 클라인펠터증후군의 80-90%는 47,XXY이다.

클라인펠터증후군의 염색체는 보통의 남성들보다 X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47,XXY이다. 제공 / 안세영

  큰 키와 작은 고환,
  여성형 유방 등의 증상 나타나
  신생 남아 5백-1천 명당 한 명꼴의 빈도로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클라인펠터증후군의 주된 증상은 큰 키, 보통의 남성에 비해 작은 고환, 여성형 유방, 불임 등이다. 이들은 성인기에 평균 이상으로 키가 큰 편(180㎝ 전후)인데 팔다리가 길고 몸통이 짧으면서 근육량이 적어 연약한 모습을 풍긴다. 고환이 작은 탓에 정자 형성이 어려워 불임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테스토스테론이 잘 분비되지 않아 2차 성징이 불완전하게 나타난다. 또한 사춘기가 늦다. 외성기인 음경의 크기는 왜소하지 않아 얼마든지 성관계가 가능하지만 성적 충동은 낮다. 반면, 잉여의 X염색체 영향 탓인지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체모가 적고 유방이나 엉덩이가 발달하며 과체중이나 비만인 경우가 많다. 47,XXY 핵형 대부분은 지능이 정상이지만 대략 70% 정도 경미한 학습장애가 나타난다. 따라서 어릴 때 운동발달 지연, 언어 지연, 읽기 장애 등을 겪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불안감, 부끄러움,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또 이들은 보통의 남성에 비해 루푸스,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의 자가면역질환이나 유방암, 골다공증 등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클라인펠터증후군의
  근본적인 치료책은 없는 상황
  사춘기 이후 나타나는 신체적 특징인 비교적 큰 키, 작은 고환, 드문 체모 등만으로 클라인펠터증후군을 의심하기란 쉽지 않다. 여성형 유방 또한 비만 탓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가장 정확한 검사는 염색체를 분석해 핵형을 밝혀내는 것인데 성인이라면 대부분 이들 증상과 더불어 불임이 나타날 때 클라인펠터증후군에 대한 확인 검사가 이뤄진다. 출산 전에는 산모에 대한 양수천자나 융모막 채취를 통해 태아의 염색체를 확인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클라인펠터증후군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책은 없다. 아직까지도 성염색체 이상을 직접 치료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는 고환기능 저하, 여성형 유방, 정신사회적 문제 등의 측면에 초점을 맞춰 이뤄진다. 첫째, 고환기능 저하는 12세경부터 규칙적인 테스토스테론 투여로 대처한다. 이는 체모 성장과 근육 형성을 촉진하고 음경·고환의 크기를 증가시키며 골다공증의 조기 발생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둘째, 여성형 유방은 정기검진과 유방절제술로 대처하는데 이는 환자의 심리적 부담과 유방암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함이다. 셋째, 정신사회적 문제는 사회생활에의 적응력 평가와 지지요법으로 치료하는데 가장 긴요한 것은 주변의 진심 어린 지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클라인펠터증후군을 앓는 환자가 4백 명이 넘는다. 뜻하지 않은 숙명적인 질병으로 말 못할 고통(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신체적·심리적 증상에 따른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 또한 우리 이웃임이 분명하다. 미국에서는 ‘클라인펠터증후군에 대한 정보 및 지지를 위한 모임(The American Association for Klinefelter’s Syndrome Information and Support)’이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도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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