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정보화를 위한 걸음마
캠퍼스정보화를 위한 걸음마
  • 박시령 기자
  • 승인 2006.09.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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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다문 예산 공개... 규모에 맞지 않는 졸속 추진 비난 받아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지난 2002년 말, 대학정보화부문에 2007년까지 총 8백74억 5천3백만원을 투입하는 ‘대학정보화활성화종합방안, e-캠퍼스비전 2007’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2007년까지 차세대 대학행정정보시스템을 활성화하기 위해 ERP(전사적자원관리계획)구축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우리대학은 지난 2003년 신상전 전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보화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을 계획하였다. 학사관리 시스템 재개발, 포털 시스템 도입, 홈페이지 개편과 하드·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 스마트카드의 도입, 전자출결 및 전자결재시스템을 구현하는 등 U캠퍼스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이 계획은 2004년 9월, 일반·연구·행정 부문의 통합과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삼성SDS에서 공급한 SAP R/3 ERP 시스템을 오픈하면서 시작되었다. 최승훈 전산실장에 의하면 2005년 2월, ERP구축 완료에 이어 지난 3월에는 서면결재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SAP과 연동한 전자결재를 도입하였다. 최 실장은 “SAP, 전자결재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직원들의 업무 능률이 높아졌다. 초기에 발생한 오류들을 학교 사정에 맞게 수정해나가면서 현재는 꽤 안정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이어 향후 4~5년을 시스템 안정화기간으로 보고 있다.


우리대학 전자결재 도입은 마치 어린이가 어른 옷 입은 꼴
이에 대해 본사는 지난 9월 27일부터 양일간 교수, 직원, 조교 각 40인을 대상으로 ‘ERP 시스템과 SAP, 전자결재 서비스에 대한 우리대학 구성원의 의식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전체 120명 중 58.3%(응답자 70명)는 대학의 ERP 시스템 구축을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41.6%(응답자 50명)는 우리대학의 ERP 시스템의 구축을 ‘소규모 대학의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했다. 반면 45%(응답자 54명)는 ERP 구축을 ‘우리대학 실정과 맞지 않는 불필요한 사업’이라고 응답했다.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어른의 양복이 멋있다고 해서 맞지도 않는 옷을 어린이에게 입힌 꼴”이라고 말했다.
인사, 회계, 물류, 생산, 영업 등 전사업무를 실시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인 ERP는 본래 대규모 행정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되었다. 삼성 등 대기업위주로 도입되어 왔으며 현재 ERP를 구축한 대학은 소수이다. 교육부 국제교육정보화국 지식정보기반과 최광희 사무관은 “사립대 중에서는 덕성여대외에 연세대, 숙명여대 등이 구축했다. 8개 산업대 중 3개 학교는 구축했거나 검토 중이며, 10개 교대 중 6개 교대는 시범 운영 중이며, 4개교는 추진 중이다. 국립대 중에서도 포항공대를 비롯하여 여러 대학들이 시범 운영이거나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고 알렸다. 2003년 ERP를 구축한 진주산업대의 경우 초기 자금으로 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춘천, 대구교대는 17억원이 들었다. 연세대의 경우는 SAP 도입에만 23억원의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SAP 도입비용과 업체에 지불하는 라이센스 비용, 유지·보수비용 등에 대해 관계자에게 수차례 문의했으나 관계자는 학교 경영상의 문제를 이유로 들며 정확한 비용을 밝히지 않았다.


연세대의 1/5 규모 결재, 걸어서 5분이면 가능한데…
전자결재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문항에서 35%(응답자 43명)만이 ‘행정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좋은 시도’라고 답한데 반해 50%(응답자 60명)의 인원이 ‘우리대학 규모에 맞지 않는 사업’, ‘전자결재 서비스 도입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불필요한 도입’이라고 응답했다. 7년째 ERP 시스템을 사용하는 연세대의 경우 ERP구축이 대규모 행정업무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연세대 정보통신처 정보화추진부장 고광병씨는 “행정, 인사, 재무, 시설, 구매 관련 업무를 SAP 프로그램으로 사용하고 있다. 교수와 직원을 합쳐서 1천5백명가량이 사용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 행정업무가 신속해졌다”고 알렸다. 현재 우리대학교는 외국인 교수를 포함한 교원 152명, 직원 95명, 조교 136명이 근무 중이다. 구성원들을 전부 합쳐도 3백83명으로 연세대의 사용인원의 1/5 정도이다. 한 직원은 “걸어서 5분이면 결재 장소에 갈 수 있는데 굳이 전자결재를 도입할 필요가 있나 싶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7개월차, 프로그램 사용 어려움 계속 발생, 도입 시 구성원의 논의 없어
3월 초 전산실은 프로그램의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용역 2인을 배치했으며, 심지어 3월 29일에는 계속되는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업무시간 중, 서버점검을 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오류가 많이 줄어들어 외부 용역 없이 학교 자체 내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전산실 관계자는 말한다. 전산실 전자결재 담당 김윤숙 씨는 “초기에는 전자결재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 종일 걸려왔었다. 지금은 월등히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3년째 우리대학에서 근무하는 한 조교는 “SAP연동결재 시 지정할 사항들이 매뉴얼에 정확히 나와 있지 않아 계속해서 전산실에 문의를 하곤 한다. 전산실에서 초기에 실시한 교육은 일방적인 설명에 그쳐서 이후에도 계속해서 문의하게 된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전산실 박소현 씨에 따르면 SAP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숙지하기 위한 관련 책자는 사용자매뉴얼 7권, 운영자매뉴얼 7권, 전자결재관련 4권 등 총 18권에 달한다. 또 다른 직원은 “프로그램 접속 시 오류가 생기면 차질이 빚어져 결재 업무를 제 시간에 끝낼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최승훈 전산실장은 “아직 프로그램 도입 초기여서 완벽하지 않은 점이 있을 수 있다. 전산실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적극적으로 받아 전자결재를 사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줄어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자결재 도입 당시 구성원들의 활발한 논의가 없었던 것도 문제점으로 밝혀졌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85.8%(응답자 103명)의 인원이 전자결재 도입 당시 주위를 통해 알거나 도입 이후 학교의 공지를 통해 서비스의 도입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답했다. 전자결재에 관한 기타 의견으로는 서면결재와 전자결재의 혼용으로 인한 비효율성, 전자결재 도입 이후 인력감축이 나타나지 않는 점 등이 나왔다.


이제 걸음마 단계… 전자결재 나아갈 길 모색해야
전자결재가 실시 된지 이제 막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구성원들의 찬성과 반대가 동전의 양 면처럼 공존하고 있다. “대학의 ERP 구축은 일반 기업보다는 쉽지 않다. 대학 구성원들의 공감과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작정 도입하기 보다는 도입 이후 이루고자 하는 명확한 목적을 세워야 한다”는 교육부 최광희 사무관의 말처럼 구성원들의 합의 없는 도입은 유명무실일 뿐이다. 설문에 응답한 상당수의 응답자들은 학교의 현재 재정 규모와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재정 낭비 사업이라고 말한다. 소규모 대학에서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시스템을 불필요하게 도입했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또한 매달 지출되는 유지·보수비용과 라이센스 비용 등 추가적으로 필요한 재정이 막대하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취소하기에는 너무 크게 벌여진 사업이다. 소규모 대학의 ERP 구축과 SAP, 전자결재 도입의 선두주자로서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계속해서 구성원들 사이의 끊이지 않는 잡음으로 인해 결국 실패한 사업이 될 것인가. 전자결재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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